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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테리어 스타일의 새로운 기준점 : 북유럽 말고, 서유럽 가구의 시대

2017.11.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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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 우리나라 리빙 시장은 ‘북유럽 스타일’이 주도했다.

덴마크 브랜드 프리츠 한센의 세븐 체어나

루이스 폴센의 조명은

유행을 넘어 이제 대중적인 아이템으로 인식될 정도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생겼다.

몇몇 라이프스타일 편집 숍에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서유럽 나라의 가구를 수입해 선보이기 시작한 것.

강렬한 컬러의 예술적인 디자인 체어,

균형과 비례미를 추구한 스틸 소재의 선반 등

서유럽 가구는 이제껏 봐왔던 북유럽 스타일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서유럽 가구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새로운 미감을 제시한다.

그리고 곧, 국내 인테리어 스타일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이다.






브랜드로 짚어보는 서유럽 가구



USM

모듈 가구는 변화에 가장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USM은 1965년 스위스에서 탄생한

 세계 최초의 모듈러 가구 회사다.

스위스 뮌징겐에서 철강 제조업으로 시작해

 창립자 울리히 셰러의 손자 파울 셰러가

1961년에 경영을 이어받았다.

 그때부터 USM은 모듈러 시스템 가구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고,

건축가 프리츠 할러와 함께 할러 시스템을 개발했다.

 USM이 모듈 가구 브랜드로 입지를 굳게 다지게 된 계기는

 1969년 프랑스 파리 로스차일드 은행의

 전체 오피스를 꾸미면서부터다.

 은행을 꾸미면서 처음으로 제품에 색상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색상을 개발해

현재는 약 14가지의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

 스틸 튜브와 볼, 패널 이 세 가지만으로 완성되는 USM 가구는

 우아한 비율과 미니멀한 디자인, 감각적인 컬러로

 시대를 아우르는 미감을 선사한다.


테크노루멘 Tecnolumen

독일의 조명 브랜드 테크노루멘은 1980년에 설립됐다.

 테크노루멘은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바우하우스의 재단과 협력하여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속에 있는 디자인 조명을 만든다.

창립 초기 한동안 이 브랜드에서는

 빌헬름 바겐펠트의 조명 WA24 하나만 제작했다.

‘바우하우스 램프’라고도 불리는 이 조명은

대량 생산에 적합한 소재인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졌다.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균형과 비례미가 돋보인다.

사실 WA24는 테크노루멘과 바겐펠트가

공동으로 제품을 만들기 전까지

몇십 년 동안 어설픈 표절이 계속되었던 제품이기도 하다.

현재 테크노루멘은 줄라 퍼프, 마트 스탐 등

 여러 바우하우스 출신 디자이너의 작품을 비롯,

세계 여러 디자이너와 협업해

 바우하우스적 디자인 조명을 선보인다.





텍타 Tecta

텍타는 1956년에 설립된 독일 가구 브랜드다.

바우하우스 스타일을 계승한 모더니즘 초기 디자인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를 제외하고,

영국의 건축가 피터&앨리슨 스미스,

독일 건축가 미스 반데어로에,

프랑스 출신 건축가 장 프루베 등

 거장 디자이너 약 10명의 작품을 재생산한다.

텍타의 가구는 가격이 비교적 합리적이다.

그 이유는 가구를 모두 정통 방식으로 생산하지 않고,

발전된 현대 기술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텍타는 과거의 디자인을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가구에 사용하는 소재와 컬러를 바꾸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 가죽을

분홍색, 빨간색, 갈색, 스트라이프 패턴 등으로

적용해 선보이며,

보다 많은 현대 사람의 취향을 만족시키고 있다.


무어만 Moormann

언뜻 보면 장난감 레고 같은 느낌이 드는

독일 디자이너 닐스 홀거 무어만의 가구들.

그는 1982년부터 스스로 공부하여 가구 디자인을 시작했다.

 무어만은 단순하지만 기능적이고

 동시에 혁신적인 형태를 지닌 가구를 세상에 선보이면서

 ‘New German Design’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단순함의 미학, 그 정점을 보여주는 그의 가구 안에는

 치밀한 계산과 디테일, 기발한 창의력이 담겨 있다.

사이드 테이블 리즈미첼(Liesmichl)을 보시라.

 테이블 맨 위 모서리는 책을 걸쳐 놓을 수 있게 만들었고,

중간을 나무가 가로지르는 다리 한쪽 면은

작은 선반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무어만의 가구 사진에 책이 유독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그가 책을 무척이나 좋아해

 독서와 연관된 가구 디자인을 즐겨 했기 때문이다





리차드 람파트 Richard Lampert

단순한 형태, 치밀한 디테일에 집중했던

 에곤 아이어만의 디자인은

현재까지도 독일의 건축가와 디자이너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에곤 아이어만은 디자인으로

제품의 기능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아이어만 테이블은 테이블 다리의 무게 중심을

치밀하게 계산해 설계함으로써 엄청난 무게도 거뜬히 견딘다.

 에곤 아이어만의 가구를 재생산하는 브랜드는 제법 있다.

 디자인에 대한 판권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는

그의 디자인 가구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 1993년에 설립된 독일의 가구 브랜드 리차드 람파트는

가구를 정교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하기로 유명하다.

 에곤 아이어만 외에도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우하우스 출신 디자이너이자 건축가로 유명한

 헤르베르트 히르히의 가구도 재생산하고 있다.


아티포트 Artifort

아티포트는 1890년부터 디자인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티포트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휘황찬란한 색감, 예술적인 형태의 가구들이 눈을 호강시킨다.

이처럼 아티포트는 강한 예술성이 돋보이는 디자인에

편안함을 추구하는 가구를 주로 생산한다.

아티포트의 대표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는

프랑스 출신의 피에르 폴랑이다.

그는 1959년부터 아티포트와 함께 작업하기 시작했다.

“의자는 단순히 기능적인 것 그 이상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오이스터 의자, 머시룸 의자, 리본 의자, 텅 의자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그의 의자에는

 곡선적이고 유기체적인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또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소재를 사용하고

 편안한 착석감을 구현해  실용성도 겸비했다.





토네트 Thonet

일명 ‘카페 의자’로 유명한 토네트의 모델 14 의자는

역사상 가장 훌륭한 가구 디자인 중 하나로 꼽힌다.

 1859년 토네트의 창립자 미하엘 토네트는

세계 최초로 나무를 구부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혁신적인 가구 디자인을 창조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토네트가 모던 가구 브랜드의 시초로 인정받도록 만들었다.

이 의자는 1860년부터

유럽 곳곳 선술집과 카페에 널리 쓰였고,

1930년대에는 5000만 개가 넘게 팔렸다.

토네트는 독일 바우하우스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의자 제작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때 강철 파이프를 구부리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것이 오늘날 바우하우스 가구 디자인의

키워드로 꼽히는 강철관의 원조다.

당시 건축가 마트 스탐, 미스 반데어로에, 마르셀 브로이어 등이

 디자인한 의자는 현재까지 토네트에서 만들고 있다.


클래시콘 ClassiCon

1920년대부터 활약한 여성 가구 디자이너가 있다.

모더니즘의 어머니라 불리는 아일린 그레이다.

그녀는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데어로에,

마르셀 브로이어와 동일 선상에 있는

 디자이너로 평가되고 있다.

1990년에 설립된 독일 가구 회사 클래시콘은

아일린 그레이가 디자인한 가구를

재생산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그녀는 당시 강철관 같은 신소재를 활용해 가구를 디자인했고,

바실리 체어의 디자이너 마르셀 브로이어가

검은색 가죽과 강철관을 매치하기 전부터

 그 조합을 사용하고 있었다.

독학으로 마흔아홉 살에 처음 집을 설계했고,

그 안에 놓일 가구 디자인도 직접 했다.

훗날 그녀가 설계한 집은

현대 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여졌고,

그 안에 놓인 가구 역시 높은 디자인적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는 넘버를 붙여 재생산하고 있다.




지금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구병준 PPS 대표



‘스타일’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숍을 표방하는 ‘챕터 원’과

리빙 라이프스타일 컨설팅 회사 PPS를 이끌고 있는

구병준 대표.

그에게 요즘 국내에서 서유럽 가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이유를 물으니,

 한마디로 ‘올 것이 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북유럽의 아기자기함과 단순함을 벗어나

보다 스케일 있고 견고하며 실용적인

서유럽 가구의 매력을 알아보게 된 거죠.”

하지만 구병준 대표는 이제 ‘조짐’은 일어났지만

 ‘정착’하고 ‘융성’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서유럽 가구가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된 데는

주거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에서부터

인테리어와 가구에 쓰이는 재료 시장의 흐름 등

다양한 요소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즘 서유럽 가구로

 국내 시장에서 각광받는 제품을 꼽자면

스위스 모듈러 퍼니처 USM과

바우하우스 시대의 가구들이에요.

그러나 이것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존재해왔어요.

다만 재미있는 것이, 이 가구들이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된 건

 최근 대리석이 마감재로서

 큰 인기를 끌면서부터라는 사실이죠.

 대리석으로 마감한 공간에는

반짝이는 크롬이나 스틸, 유리를 사용해 만든 가구가

 어울리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런 소재로 된 가구를 찾다 보니

그 존재와 해당 브랜드를 알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것이 하나의 움직임이 될 수 있는 데는

금속 및 유리 소재를 사용한 가구 대부분이

바우하우스 시대에 탄생했거나 그 영향을 받은 것들로,

원산지가 서유럽이라는 공통점입니다.”


구병준 대표는 지금 국내에서

서유럽 가구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을 두고

어쩌면 우리의 인테리어 디자인 문화가 성숙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게 더 의미 있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서유럽 가구에 관심을 갖고

 그 매력을 알아가다 보면

이것이 단순히 멋지거나 아름답다는 이유로 선택할 수 있는

‘쉬운’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유럽 가구는 정감 있어 보이는 북유럽 가구와 달리

 공간에서의 기능, 사용자를 위한 견고함 등에

초점을 맞춰 ‘설계’한 것이 많아요.

선반, 수납장 등의 시스템 가구는 특히 그렇죠.

 따라서 이를 집 안에 조화롭게 들여놓기 위해서는

처음 인테리어 디자인을 계획할 때부터

 해당 가구가 놓일 곳의 공간감과

마감재 등을 계산해야만 합니다.”


기존 인테리어 디자인 순서를 보면

디자이너가 인테리어 공사를 다 마친 후에

 집주인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가구를 들여놓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서유럽 가구에 대한 관심은 이제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세스를 ‘정석’으로 돌려놓으며

‘새로운 것’으로서의 가구를 찾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즐길 수 있게끔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서유럽 가구는 새로운 디자인 가구로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소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이미 50년 전에 탄생해 그토록 우리 곁에 있었지만

이제 ‘때’가 되어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구병준 대표는 서유럽 가구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전한다.

만약 이 가구를 새롭다거나 ‘뜨는’ 디자인이라고

 위시 리스트에 올려놓고 본다면

 ‘단순한 데다 스틸로 만든 가구가 왜 이리 비싸?’ 하고

반문할지 모른다고

 하지만 다양한 가구를 많이 경험하고

이를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 속에 녹여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제 그 가구만이 지닌 깊은 속내를

 십분 즐길 수 있어 한없이 기쁠 것이다.“


예를 들어 서유럽 가구 중 주로 사무실에서 쓰던 시스템 선반이

지금 누군가의 집으로 들어와 책장이 되고

오브제를 전시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선반 자체로 보면 미학적 감동은 없을지 몰라도

이는 그 많은 책을 쌓아놓아도

 휘거나 흔들림 없이 벽면에 붙어 있음으로써

제 기능을 훌륭히 해내고,

 아트 오브제를 모으는 사람의 집에서는

 컬렉션을 돋보이게 해주는 이상적인 쇼 케이스가 되니까요.”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시하다

이종명 Mk2 대표



국내에서 서유럽 가구가 각광받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독일에 사진을 배우러 갔다가

 그야말로 서유럽 가구의 매력에 빠져

미드센트리 모던(Mid-century Modern) 디자인 컬렉터이자

전문 딜러로 활동하고 있는 Mk2 이종명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스스로 ‘가구 애호가’이지만

가구 앞에서는 방관자라 칭하는 그는

 가구를 모을 때 특정 양식이나 브랜드,

 디자이너의 명성 등에 얽매이지 않고

정말 자신에게 유용하고 어울리는 것을 선택한다.

하지만 편견 없는 가구 애호가인 그에게도

‘편애’하는 디자인이 있었으니, 바로 서유럽 가구다.


 “북유럽 가구가 쏠림 현상이 일 만큼 인기를 얻은 건

 아무래도 쉽게 다가왔기 때문일 거예요.

북유럽의 자연환경에서 구할 수 있는 나무 소재와

 간결하고 명료한 디자인은

 누구나 친근하게 여기고 쉽게 이해할 수 있죠.

반면 서유럽 가구는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궁금증을 갖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디자인의 진가를 알기 힘듭니다.

 이런 의미에서 요즘 사람들이 서유럽 가구에 눈을 떴다는 것은

소비자 스스로가 보다 깊이 있는 가구,

나에게 어울리는 가구를 찾겠다는 의지가 생겼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디자인을 소비하는 바람직한 방향이기도 하죠.”

이종명 대표가 말하는 서유럽 가구의 매력은

바우하우스 디자인을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20년대 말 탄생한 마르셀 브로이어의 의자, 캔틸레버는

 ‘의자 다리는 4개’라는 전형성을 벗어던졌을 뿐 아니라

 금속 튜브를 구부려서 다리를 만듦으로써

 소재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가구를 만들 때 쓴 재료를 탐닉하다 보면

 왜 이렇게 디자인을 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게 됩니다.”

 ‘다리를 왜 금속으로 만들었을까?’

 그래서 의자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다리가 2개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4개여야 할 다리가 2개로 줄어들었으니

 그만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는 법!

 결론에 도달할 때면 의자를 그렇게 디자인한 깊은 뜻을 깨닫게 된다.


 이종명 대표는 오랜 시간 이러한 원리를 적용해

 본인에게 어울리는 가구를 찾아내고,

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새로운’ 가구를 만났다.

 그렇게 모은 그의 방대한 컬렉션이 가치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은

바우하우스 디자인에 대한 편애가 결정적이었다.

 “기본적인 가구의 틀을 마련한 게 바우하우스예요.

그리고 이 바우하우스의 근간을 안다는 것은

곧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

 한층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인테리어를 할 때 기본 뼈대가 잘 잡혀 있다면

나머지 요소를 붙였다 떼어내면서

조화와 변화를 손쉽게 꾀할 수 있는 법.

이종명 대표는 바우하우스 디자인 가구를

기준점으로 설정해놓고

여기에 국적 불문, 다양한 미드세트리

모던 디자인 가구를 매치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확립해나갔다.

 “그래서 저는 북유럽 가구의 열풍 뒤에 생겨나고 있는

 서유럽 가구에 대한 관심의 고조가 많은 사람에게

일종의 기준점이 되어

다양한 디자인을 접하고 저마다 독보적인 개성을 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서유럽 가구로 처음 컬렉션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디자인이 있다면?

“빈티지 안에서 찾아보면 답이 나와요.

오랜 세월 ‘살아남은’ 디자인은 그 이유가 분명합니다.

 설계부터 재료 그리고 가공법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 남다른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종명 대표는 독일 디자이너 중

건축가 출신의 에곤 아이어만의 가구를 좋아한다.

1950년대 생산된 이후 빈티지로만 거래되던

에곤 아이어만의 의자와 책상이

지금 한 제조사에 의해 다시 생산되고 있다.

“반갑게도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에곤 아이어만의 디자인이 호응을 얻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저는 지금 태어난

에곤 아이어만의 가구보다는 빈티지가 좋아요.

처음 생산되었을 때 사용한 재료와

가공법에서 느껴지는 특별함을

저는 이미 알고 있거든요.”




미래를 위한 디자인

울리히 바이간트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조형박물관 커뮤니케이션 본부장



북유럽 가구에 지루함을 느낄 때

 새로운 대안처럼 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면 서유럽 가구.

그중 요즘 부쩍 눈에 띄는 가구는

 독일 바우하우스 출신의 디자이너

 마르셀 브로이어의 캔틸레버 의자다.

튜블러 스틸 프레임에 등나무 세공 좌판과 등받이가

상반된 조화를 이루는 이 의자는

최근 각종 패션 화보에서 분위기를 잡아주는

단골 소품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인테리어에 신경깨나 쓴다는 인스타그래머들의 집에

대리석 식탁과 함께 놓이는 핫한 의자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의자는 무려 1929년에 탄생한 고전 중의 고전이요,

마르셀 브로이어의 딸 프란체스카가

좋아했던 의자로 알려지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체스카 체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친숙한 의자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여기서 품게 된 한 가지 의문.

지금 우리가 새삼 캔틸레버 의자에 열광하는 것처럼

 바우하우스의 본고장 독일에서도

과연 이 의자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새로운 디자인으로서 접하고 있는

서유럽 가구가 본고장에서도,

그리고 전세계에서도 같은 의미로 통용되고 있을까?

 “바우하우스 아카이브에 오면 마르셀 브로이어가

디자인한 가구의 초기 모델을 볼 수 있습니다.

카페에서는 그의 캔틸레버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실 수 있죠.

 그 의자는 최소한 30년 이상 사용한 빈티지예요.

그러나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 중

누구도 이를 특별하게 생각하거나

조심스럽게 쓰려고 의식하지 않죠.”

울리히 바이간트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의 설명을 따르자면

바우하우스 디자인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선사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바우하우스의 역작이라 불리는 캔틸레버 의자는

두 개의 다리가 좌판을 지지하는 획기적인 구조를 통해

 이른바 공중 부양을 한 듯 편안한 착석감을 선사하며,

첫 출현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존재.

그러나 이는 예술, 건축, 디자인의 장점을 융합해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일상용품을 만드는 데 목적을 둔

바우하우스에서는 언젠가는 응당 나와야 할 디자인이었다.


바우하우스는 기능을 중시한 설계를 통해

평이하고 단순한 형태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미래 사회’를 염두에 둔 거시적인 디자인이라고.

“이때 탄생한 캔틸레버 의자와 바겐펠트 램프는

 모던 디자인계에 의자와 조명의 전형을 제시하며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독일 사람들에게 바우하우스 가구는 너무나 당연한 존재다.

어린 시절 스스로 가구를 선택하기 전에

집 또는 학교, 도서관, 카페, 레스토랑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접했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에게 바우하우스 가구는

 트렌드를 타고 있다기보다는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 종류 중 하나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일까.

젊은 층은 어려서부터 봐온

 바우하우스 디자인을 상대적으로 고루하게 느끼는 반면,

노년층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구이자

 모던 클래식의 진수로서

집 안에 들여놓고 싶은 디자인 가구로 꼽기도 한다고.

최근 들어 바우하우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독일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오는 2019년이면 바우하우스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기 때문.

이에 바우하우스 아카이브는 물론이고

 바우하우스 디자인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가구 브랜드

그리고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계승하는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바우하우스가 유럽에서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아시아에서는 아직 낯선 디자인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너무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

다른 문화권에서 새로운 의미를 지닌 가구로 해석되고

사랑받는다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알려주고 싶어요.

바우하우스 디자인은 앞으로 백년을 내다보고 선택할 수 있는

가치 있는 디자인입니다.”




구조와 조형미의 근간을 세우다

바르트 루텐 센트럴 뮤지엄 아트 디렉터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지만

때론 이 무색무취 같은 가구가

왜 대단한 디자인 가구인가 의심이 든다.

 이른바 서유럽 가구의 미학적 감흥이 무엇인가 물었을 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조형미’라 할 수 있을 터.

 선과 면, 두 요소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은

비례와 균형을 기반으로 한 조형미이니까.

그렇다면 서유럽 가구에서 엿보이는 조형미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을 데 스틸(De Stijl)의 중요한 유산 중 하나인

게리트 리트벨트의 퍼니처 컬렉션과

리트벨트의 주택 아카이브를 운영하고 있는

 센트럴 뮤지엄의 아트 디렉터 바르트 루텐에게 구했다.

“1917년 신조형주의를 주창한

네덜란드의 데 스틸에서 기원한 것이라 볼 수 있어요.”

몬드리안과 테오 반 데스브르흐, 게리트 리트벨트 등이

 모여서 만든 잡지의 이름에서 유래한

스틸은 개성을 배제하는 주지주의적 추상 미술 운동으로

 색상의 사용보다 색면 구성을

 강조, 질서 있는 선과 비례미를 중시하며

이를 회화·건축·디자인 등 조형 예술 전 분야에 걸쳐 전개했다.

 모든 공간을 평면으로 간주하고

여기에 기하학적 형태와 삼원색을

기본적인 조형 요소로 적용한 데 스틸은 

1920년대 네덜란드를 넘어

국제 구성주의 운동으로 발전해갔고

건축, 산업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등에 영향을 끼쳤다.


 “데 스틸은 모던 디자인의 근간이 된

바우하우스 디자인에도 영향을 줄 만큼 영향이 컸습니다.

 당시 바우하우스는

 산업 시대에 맞는 공예란 무엇인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대량 생산을 하되

수공예품처럼 아름다운 형태를 유지하고자 고민했죠.

 그리고 데 스틸은 바우하우스가 고민한

조형미에 대한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데 스틸의 영향을 받은 바우하우스 디자인은

오늘날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 살아 있는 반면,

데 스틸의 가구는 생활용품으로 함께한다기보다는

 조형 작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 대표적 가구는 데 스틸 운동의 주축이던 게리트 리트벨트가

 1918년에 디자인한 ‘적청 의자(Red and Blue Armchair)’다.


“데 스틸이 올해 100주년을 맞이했어요.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네덜란드에서 열리고 있는

 ‘데 스틸 전시’ 중 리트벨트의 가구가 높은 호응을 얻고 있어요.

리트벨트의 가구는 모더니즘의 구조와 조형미는

 뛰어나지만 으레 모더니즘 디자인에 기대하기 마련인

기능성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데 스틸 운동의 관점에서 리트벨트는

가구와 건축에서 형태와

 구조의 순수성을 뽑아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풍경화를 그리던 몬드리안이 선과 면을 사용해

순수 추상 형태를 찾아냈듯,

리트벨트는 전형적인 의자에서

 선과 면을 남겨 순수한 조형미를 찾아낸 것이죠.”

좌판과 등받이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구조,

의자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만 남긴

리트벨트의 의자는 앉고 싶다기보다

바라보고 싶은 관조의 대상이자,입

체적인 조형미의 전형을 제시한다.

“데 스틸의 가구는 기능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오늘날 구조적으로 잘 설계된 서유럽 가구의 근간이 되는 만큼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생활 곳곳에

살아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네덜란드의 많은 디자이너도 데 스틸의 정신을 이어가고

이를 바탕으로 개성 있는 가구를 만들어나가고 있고요.”


 지금 네덜란드 곳곳에서는 데

 스틸 100주년 전시와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림, 타이포그래피, 가구, 건축 등

 데 스틸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와

 그들이 활동했던 공간에서 열리는 행사

그리고 가구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데 스틸을 모티브로 선보이는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데 스틸 가구의 매력을 극적으로 보고 싶다면

리트벨트가 건축한

 슈레더 주택(Schroder House)을 방문해보세요.

 형태와 색채, 각각의 역할에 따라 통합 및 분할되는 공간과

그 안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가구를 보면

모던 디자인사에서 왜 데 스틸이 근간이 되는지,

그리고 당신의 공간 속에도

데 스틸이 살아 있음을 알게 될 겁니다.”




에디터 김은정, 이정민(객원 에디터)

사진 양성모, 양우상, 각 브랜드 제공

-저작권자ⓒ제이콘텐트리 M&B 여성중앙 11월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mmen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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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멋지네요
    2017.12.05 12:03
  • 스위트사랑

    서유럽 가구 양식 흥미진진했습니다.
    2017.12.0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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